장애인과 노인은 갈 길이 다르다

2007년 4월 노인 장기요양보험법 입법 시 장기요양에 대한 서비스욕구는 노인뿐 아니라 장애인 등 모든 연령 계층에서 발생하는 보편적인 욕구임에도 정부는 장애인을 제외하는 우를 범하였다. 이에 우리 장애계가 반발하면서 국회로 하여 ‘정부는 2010년 6월 말까지 장기요양보장제도에 장애인을 포함하는 방안 등 장애인종합복지대책을 국회에 보고하라’는 부대의결을 이끌어냈다

정부는 이에 따라 2009년 7월부터 2010년 1월까지 전국 6개 지역에서 ‘활동보조서비스 확대 안’과 ‘노인장기요양에 장애인을 포함하는 안’ 두 개의 모형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를 2010년 6월 21일 국회에 보고하였다. 그 결과에 따라 정부는 활동보조서비스 확대안으로 2차 시범사업을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우리 장애인계는 노인장기요양보험에 장애인의 장기요양을 포함하는 것을 반대해 왔던 만큼 정부가 ‘활동보조서비스 확대 안’을 2차 시범사업 방안으로 시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자립지원을 통해 사회참여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장애인 장기요양보장제도는 ‘돌봄’을 목적으로 하는 노인 장기요양제도와는 근본적으로 갈 길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장애인 장기요양제도 발전방향

2007년에 시작된 장애인활동지원 사업은 우리 장애인들에게 있어 양육부담을 경감하고 가족관계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 활동보조원이 부모 혹은 가족이 하던 역할을 대신해줌으로써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상당 정도 부담을 덜 수 있으며. 가족구성원 중 장애아동이 있어 가족 간에 다소 소원하고 유대감이 부족했던 상황이 서비스 이용 후 많이 개선된 사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활동보조서비스는 우리 장애인에게는 전문가 및 가족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자립적인 생활의 영위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가능케 하는 핵심적인 제도로 인식되고 있으며, 활동보조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대부분이 높은 만족도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활동보조서비스를 중심으로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장애인에 대한 장기요양제도를 설계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함은 급여 내용에 있어서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 방향성에 있어서는 대체로 옳다 하겠다.

시범사업의 한계점 드러나

그러나 1차 시범사업은 한계도 드러냈다. 1차 시범사업은 현행의 활동보조서비스를 중심으로 요양서비스인 방문간호 및 방문목욕을 추가하여 급여를 제공하였으나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시각장애인의 경우 대부분 추가급여를 받지 못했다. 따라서, 1차 시범사업의 인정조사 평가도구는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일부 장애유형에는 유의미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이는 등급 판정시 장애유형에 관계없이 동일한 인정조사표를 사용하기 때문에 특정 장애유형에서는 장기요양서비스가 거의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판별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정조사표에 의하면 시각장애인의 경우 ‘옷 갈아입기’, ‘식사하기’, ‘체위 변경하기’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동작(ADL)이나 수단적 일상생활수행능력(IADL)에서 장애가 거의 없는 것처럼 파악될 수 있으며, 정신장애인의 경우도 대체로 낮은 평가점수를 받게 되어 충분한 장기요양급여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사정이 상대적 불만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은 낭독보조, 대필 보조 등 커뮤니케이션 보조와 안내도우미․대리운전지원(시각장애인), 학교 등․하교 지원, 직장 출․퇴근 지원, 야외․문화활동 지원 등 이동의 보조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높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하겠다.

2차 시범사업에서는 다양한 장애유형의 특성을 반영하고 특히, 지적장애인이나 자폐성 장애, 시각 및 청각장애 등의 장애유형에 대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권리로서 공적제도 도입 필요

그럼에도 장애인 장기요양보장제도의 시행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장애인의 경우 장기요양서비스 수요는 가족의 경우에도 장애인 간병 부담이 높은 현실을 볼 때, 장애인을 대상으로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장애인에게 장기요양보호 제공에 소요되는 요양비용을 사회화하여, 장애인이 권리로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적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 장애인계는 장애인 장기요양제도의 도입 및 재원, 대상자 등을 두고 오랜 논의를 계속해 왔다. 물론, 활동보조서비스 확대안이 최선의 방안이라 할 수는 없으나 모두가 만족할 수 없다고 해서 제도 도입을 더 이상 늦출 수는 없다. 먼저 제도를 도입하고 부족한 부분은 서로의 힘을 모아 점차적으로 채워가야 할 때라고 본다. 첫 숟갈에 배부를 수 없으며 시작이 반이라 했다.

또한 정부는 2차 시범사업을 통하여 1차 시범사업에서 도출되었던 문제점을 수정 보완하고 다양한 의견을 계속 수렴하여 본 사업 시행 때에는 보다 완성된 제도가 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약속대로 2011년 하반기에 반드시 본 제도가 시행 될 수 있도록 조기에 관련 법령을 제정하는 등 모든 준비를 다할 것을 촉구한다.